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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향 생각
2017년 10월 23일(월) 10:15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생각나는 그곳은 바로 내 어릴 적 뛰어놀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고향 산천이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온 고향 집, 걷고 뛰다 넘어져 정강이 까인 고향길, 달빛 아래 코흘리개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던 고향 마을은 언제나 그립다. 뒷산 풀밭에 팔 베고 누워 손오공처럼 푸른 하늘 구름 타고 어디론가 미지의 세계로 나가고 싶은 꿈을 꾸곤 했다.

어릴 적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추운 겨울 양지바른 교실 벽에 기대어 친구들이랑 미지게 짜지게 했다. 해를 가리는 구름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른다. 푸른 하늘의 구름은 꿈의 비행기였으나, 추운 겨울날 해를 가리는 구름은 우리의 손과 발, 귀를 얼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움츠리게 했다. 여름 목욕을 하고 난 후 추울 때면 으레 “해야 해야 붉은 해야/ 김칫물에 밥 말아 먹고/장구치고 나오너라.” 애타게 구름에 가린 해를 불러내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면 부모님은 비료 포대를 이용하여 우비를 만들어 입혀주셨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입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가 꾸중을 듣기도 했다. 책은 빗물에 젖지 않게 비닐로 꼭꼭 둘러싸서 허리에 매고 학교로 달렸다. 책보자기 속 필통은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필통은 언제나 몽당연필과 다 사용한 볼펜 심 대신 몽당연필이 박혀있는 볼펜연필 두 자루이다. 등교할 때 길가 논밭에 고구마를 던져놓고 하교할 때 찾아 배고픔을 달랬다. 봄이면 산에서 꽃을 꺾고, 여름이면 하천에서 목욕하고 언제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에 왔다.

살면서 슬프고 괴롭고 답답할 때마다 초등학교 교가를 부르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럴 때 마다 기적처럼 고향은 나에게 용기를 주고 포기를 모르게 하는 신비한 힘의 원천이 되었다. “태백산 줄기 받아 영남에 나려/ 낙동강 구비 구비 흐르는 곳에/ 산 곱고 물 맑음은 그 어디던고/ 삼산이수 이름 높은 ‘유천’ 이로세”

청도 산동의 동창천은 삼국통일의 산실인 운문산에서 발원하여 낙동정맥 줄기와 함께 골골이 흘러내리면서 유천으로 들어온다. 운문산 가슬갑사는 원광법사가 화랑도에 세속오계를 가르쳤던 곳으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정신이 깃던 곳이다.
청도 산서의 청도천은 삼국유사를 편찬한 산실인 비슬산에서 발원하여 평야를 만들고 유천으로 들어온다. 비슬산 대견사는 일연스님이 우리의 고대역사를 5,000년의 유구한 역사로 끌어올린 위대한 삼국유사의 방대한 역사 자료를 수집한 곳이다.

청도 산동의 운문산과 산서의 비슬산은 각각 동창천과 청도천 양대 하천을 만들어 굽이굽이 흘러 유천에서 만나 하나의 통일된 밀양강의 원류가 된 곳이다. 삼국통일을 이루고 우리의 역사를 기록한 산실이 바로 나의 고향이며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동창천 물은 무인이, 청도천 물은 문인이 많이 나온다는 속설까지 있다. 고향의 문인 이호우/이영도 님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개화(開花)/이호우(李鎬雨)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맥령(麥嶺)/이영도(李永道)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다./
보리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 고/
한 끼 건너기가 강물보다 어렵든가/
고국을 찾아온 겨레 몸 둘 곳이 없단 말이/
오늘도 밥 얻어먹는 무리 속에서 새 얼굴이 보인다.“/


내가 영덕에 뿌리를 내린지도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어린 시절 자라던 곳을 제1의 고향이라 한다면 내가 살고 생활하는 삶의 터전은 제2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 제1의 고향보다 더 많이 살 제2의 고향을 사랑하며 추억을 만들어간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참생태 생물보전기술연구소 연구원장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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