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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데크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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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05일(수) 13:12 [i주간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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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i주간영덕 | | 가깝고 먼 산들의 스카이라인은 자연이 그린 풍경화이다. 자연은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려서 수장하고 있는지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새 작품을 전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시때때로 특별전시회도 연다. 산허리를 감고 하늘로 피어오르는 구름과 구름 속에 감추진 산, 비췻빛 하늘과 마술쟁이 구름, 창공을 가로지르는 새떼, 나풀나풀 춤추는 하얀 눈, 비에 목욕하는 풀과 나무, 이런 순간의 풍경화는 특별전시작품들이다.
자연의 작품을 언제부터인가 데크 마루에서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짬짬이 데크 마루에 앉아서 하늘과 입맞춤하는 풍선처럼 부푼 풍만한 산봉우리들의 여유와 열정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데크 마루를 참 잘 설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넓게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사한 봄 햇살을 등에 업고 아내와 나는 열심히 오일스테인 페인트로 데크 마루를 화장했다. 방부목 데크로 만든 마루를 아내는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따스한 햇볕으로 말린 후 함께 화장을 시작했다.
원래 마루는 바닥의 재료와 구조가 목재로 짜인 공간으로 바닥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서 그 밑으로 통풍할 수 있고 외벽은 개방된 생활공간이다. 마루의 기능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옛 문헌 기록에도 주택은 방과 부엌, 마루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오늘날 아파트형의 주택은 마루를 대신하는 것이 거실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기능은 몰라도 구조와 재료, 형태면에서는 너무나 차이가 크다. 마루는 안방과 건넌방, 사랑방과 건넌방, 마당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연결 공간이다. 마루는 일반적으로 앞쪽에는 창호가 없으며 안방 사이에는 외짝 지게문이나 두 짝 미닫이 쌍창이 설치되어 있다. 마루는 조상의 지방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릴 적 고향의 집 마루는 많은 에피소드와 추억이 담겨 있다. 대청마루는 여름 더운 밤이면 침실이 되고 또한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대화의 장소, 휴식의 장소, 제사의 장소, 식당 등 다용도로 사용된다. 마루에 잠자다 몸부림이라도 치면 마루 밑 축담이나 마당에 떨어지기 일쑤이다. 잠결이라 그런지 그래도 용케 몸이 다친 적이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다시 일어나 마루에 올라와 그대로 잠을 잔적도 있다. 여름 동쪽 햇살이 강하게 비칠 때면 대나무 발을 쳐서 그늘을 만들어서 아침 식사를 했다.
대나무 발을 걷고 마루에 앉아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거동도 살피면서 마을 어른들에게는 인사를 하고 친구들은 불러 들렸다. 마루 위 지붕 처마 밑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면 다시 찾아와 흙과 마른풀을 섞어 집을 짓고 지지배배 거리는 노란 주둥이의 새끼 입에 메뚜기, 풀벌레를 물어와 넣어주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제비 똥이 마루에 떨어져도 싫지 아니했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대청의 마루는 늘 햇살이 잘 들고 자연풍경을 잘 볼 수 있어 날씨도 예측하곤 했다.
옛날 어릴 적 살던 대청마루 대신 데크 마루 위 의자에 앉아 그때의 추억을 씹어본다. 지금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이런 오픈 페이스 데크 마루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삶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붉고 아름다운 줄장미가 데크 마루 기둥을 감고 피어있을 때는 꽃장식의 웨딩홀 같은 느낌이어서 좋다. 겨울에는 좀 황량하지만,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 또한 좋다. 봄이 되면 수목에서 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고, 마당에는 새들이 날아와 모이를 주워 먹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좋다. 화사한 햇살이 찾아드는 데크 마루의 휴식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3년 전에도 아내와 함께 오일스테인 페인트로 데크 마루를 화장했다. 처음이라 아름답게 칠한다는 의욕만으로 화장하다 보니 흰 벽면에 튕겨서 진한 오크 색의 얼룩이 들고 말았다. 꼼꼼한 아내의 잔소리에도 대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음을 물론이다. 이제는 그때의 서툴고 무식한 화장에서 벗어났지만 그래도 흰 벽면 쪽 화장은 아내에게 밀려났다. 흰 벽면 쪽 화장을 할 때는 신문지로 막아서 튀어도 얼룩이 들지 않게 했다. 인간도 너무 튀면 주변의 사람에게 실례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사이에도 봄바람은 살랑거리면서 마루의 화장을 돕는다.
아내는 오일스텐인 페인트 화장을 잘할 뿐만 아니라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서리 부분은 물론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꼼꼼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화장을 했다. 남는 오일스텐인 페인트는 정화조 뚜껑 데크와 다른 장미 휀스에도 곱게 화장을 했다. 어둠이 주위를 덮고 오일스텐인 페인트가 바닥을 들어낼 때야 그만두었다. 진한 오크 색으로 데크 마루만 화장했는데도 집은 더욱 돋보이고 아름다웠다. 아내와 함께 자연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크 마루 단장은 재미도 있었고 또한 행복했다.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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