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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부실한듯한 식사가 웰빙
2016년 08월 30일(화) 15:38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얼마 전 지인이 영덕을 찾아왔다. 멀리서 오느라고 저녁식사를 하지 못해서 필자가 평소 먹는 대로 먹자며 저녁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밤 8시경 도착하여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평소 먹는 대로 있는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 집에서 친환경적으로 키운 사과, 토마토, 포도, 참외와 평소 즐겨먹는 견과류를 후식으로 내어놓았다. 다음날 아침은 밀가루 음식을 싫어한다기에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를 했다. 필자의 아침식사 메뉴는 쑥떡 또는 빵과 우유, 과일로 간단히 하고 있다. 그런데 지인께서는 식사가 너무 부실하지 않느냐며 고기를 비롯하여 잘 먹을 것을 권했다. 질병 없이 오래 건강하려면 조상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조상은 수 만년 동안 자기가 사는 한정된 지역에서 음식 재료를 구해 먹었다. 그러다 보니 소화 유전자도 삶의 터전에 적응했다. 농경민족은 녹말 분해 효소가 수렵 민족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다. 조상 대대로 농경사회를 산 한국인은 곡식을 소화시키는 효소 아밀라아제 관련 유전자가 5~6개로 생선이 주식인 에스키모보다 3~4배 많다. 한국인은 채식 신토불이 몸인데, 고기 섭취가 늘어나니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이 늘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기 섭취율과 발생률이 정비례하는 대장암은 증가 속도가 전 세계 1위다. 소화기 관련 유전자에 맞는 음식섭취는 건강을 지키는 척도이다. 질 좋은 고기만을 고집하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빈부격차를 더 벌리고 자연환경을 더 훼손시킨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인간 유전자 형질은 수천 세대에 걸쳐서 천천히 자리 잡는다. 한 개인의 일생에서의 전환은 불가능한 일이다.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역행한다면 건강을 잃기 쉽다. 가능한 한 질병 없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려면 가장 효율적으로 인류를 생존시킨 우리 조상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인간의 조상격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200만 년 전에 나타났다. 그리고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20만년쯤 탄생했다.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1만 세대(世代) 정도를 거쳐 왔으며 돌을 도구로 사용한 구석기시대도 1만 년 전 일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태어난 몸과 유전자를 지녔기 때문에 갑작스런 식문화의 변화는 우리의 유전자를 당혹하게하고 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학자들은 인간이 원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생존 유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아(饑餓) 유전자'다. 농경사회 이전의 수렵 생활은 배고픔과의 싸움이었다. 사냥에 실패한 날은 다음 사냥에 성공할 때 까지 모두가 굶어야 했다. 그런 환경에서는 아무거나 잘 먹고, 조금만 먹어도 잘 움직이는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다.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영양분을 몸에 잘 저축해놓은 그것도 지방을 효율적으로 축적하는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살아남았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조금만 먹어도 뱃살이 찌고,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증에 걸리고 중년 이후 고혈압은 성인병으로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옛날 우리조상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영양분 축적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잘 먹어 당뇨병에 고생하고 있다. 인류 생존에는 혈액 응고 유전자의 공로도 크다. 원시 조상은 거친 야외 생활로 피부와 살에 상처가 자주 났고, 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항생제가 나오기 전까지 상처만큼 위중한 질병은 없었다. 피를 멈추게 하는 가정 의학의 처방이 발달한 이유이다. 혈액이 끈적거리고 빨리 멈추는 형질의 응고 유전자를 지닌 인간이 박테리아 세상에서 잘 버텼다. 그러나 현대인은 기름진 식사로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 피는 더 끈적거리고 빨리 굳어 동맥이 쉽게 막혀버린다. 심근경색증, 뇌경색증이 급속히 늘어난 이유이며 이 또한 응고 유전자의 역습이 아닐까?

수백만 년 동안 소금이 귀한 환경 속에서 인간은 체내로 들어온 소금을 어떻게든 오래 보존하도록 신체를 진화시켰다. 그 결과 소변으로 나가려는 나트륨을 콩팥에서 걸러서 몸에 남기는 유전자가 발달했다. 석기시대 유골 분석에 따르면 당시 소금 섭취량은 현대인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요즘 음식에 맛을 내기위하여 넣은 소금으로 인하여 나트륨 과잉 섭취가 일어나고 있다. 그 소금이 혈액에 그대로 남아 삼투압으로 물을 당겨 고혈압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상들의 유전자를 안고 사는 우리들은 기름지고 맛난 음식의 섭취로 인해 오늘날 성인병이라 부르는 많은 질병에 시달리며 고생하고 있다. 조금은 부실한듯한 식사가 웰빙과 힐링이 아닐까?

수헌 장은재 이학박사,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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