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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 청정영덕은 포기할 것인가?
2015년 11월 10일(화) 14:10 [i주간영덕]
 

ⓒ i주간영덕
(1)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에 방패(盾)와 창(矛)을 가진 자가 있었다. 그는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 방패는 아주 견고하여 아무리해도 뚫을 수 없습니다." 또 창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내 창은 아주 예리하여 어떤 물건이라도 뚫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당신의 창(矛)으로 당신의 방패(盾)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 그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위 일화에서 모순(矛盾)이란 말이 유래했는데,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의미이다.

(2) 영덕은 경북 동해안에서 지금까지 미개발지로 남아 있었다. 즉, 부산, 울산, 포항, 영덕, 울진으로 이어진 해안지역 중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장이 들어서지 않은 지역이다. 개발이란 면에서 보면 뒤처졌지만, 지금까지 잘 보존된 자연환경은 가공을 기다리는 보석과 같은 느낌이다. 누가 뭐래도 청정지역이다. 대게, 물가자미, 은어, 복숭아, 송이, 바다, 강, 산, 블루로드, 로하스 영덕 등, 청정이미지가 영덕의 상징이다. 신 도청, 고속도로, 철도 등 주위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점점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영덕에 원전건설을 추진하는 분들은 원전을 통하여 지역경제도 살리고 청정영덕도 유지하겠다고 한다. 청정 영덕 이미지와 핵발전소는 모순(矛盾)이 아닌가?

(3) 핵발전소는 누가 뭐래도 혐오시설이다. 혐오시설은 그 자체만 기피 대상이 아니라, 부근 지역에 있는 모든 것이 기피 대상이다. 그만큼 지역에 피해가 크다는 의미이다.
영덕에 핵발전소가 들어서고 정부나 한수원이 약속한 지원책이 그대로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영덕주민과 후손들이 그 지원금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처럼 관광객도 유치해야 하고, 다른 지역에 농수산물도 팔아야 한다. 핵발전소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오랜 세월을 거쳐 서서히 형성된 청정이미지가 핵발전소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한수원은 ‘영광굴비’와 ‘기장미역’ 등 지역특산물이 잘 판매되고 있다면서 ‘대게’를 비롯한 지역특산물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가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이름만 들어서는 고리원전이 기장군에 있고, 월성원전이 경주시에 있다는 사실을 즉시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기장미역’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고 ‘관광경주’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반면 ‘울진원전’은 울진군에 있고, ‘영광원전’은 영광군에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울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지역 명성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영광원전’을 ‘한빛원전’으로, ‘울진원전’을 ‘한울원전’으로 바꿨다. ‘영덕’ 대신 ‘천지원전’이란 생소한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특산물은 영향이 없다면서 핵발전소 명칭을 지역과 단절시키려는 것도 역시 모순(矛盾)이 아닌가?

(4) 핵발전소는 더 이상 안전한 시설이 아니다. 지금까지 당국은 핵발전소가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선전했으나,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안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발전소에서 대도시나 공업지역으로 송전하려면 전력손실이 많다.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압을 어마어마하게 높여야 하고,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장차 영덕에도 울진 수준만큼 송전선이 뒤덮일 것이 뻔하다.
핵발전소가 깨끗하고 안전하다면 굳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영덕에 건설할 리가 없고, 그럴듯한 각종 당근을 제시할 리가 없다. 영덕이 핵발전소 건설지로 거론되는 이유는 인구가 적고,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민의식 수준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덕 사람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는 발상이다. 만약 정부가 서울 부근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구도 많고 주민의식이 높기 때문에 아마 난리날 것이다.

영덕 밖의 사람들이 핵발전소를 혐오스럽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시설로 인식하고 있는데, 소수의 우리만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확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 핵발전소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라고들 한다. 위험 시설을 설치하고 그 대가로 지원금을 받아 잘 살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돈이 전부는 아니다. 건강과 안전과 평온한 생활이 보장되는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다. 더욱이 지원금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시설이나 사업비로 사용될 텐데, 누구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겠는가?

주민간의 갈등이 우려되어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유치를 주장하는 분들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아닌가 싶다. 진짜 살기 어려워서 독이라도 마시겠다는 각오로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따라 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직업상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진짜 영덕을 사랑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돈을 사랑하기 때문인지! 말과 행동에 모순(矛盾)은 없는지?

(6) 세상에 공짜는 없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0)’가 우주의 법칙이다. 아무리 군침이 돌더라도 그게 공짜는 아니다. 핵발전소란 병과 지원금이란 약을 함께 주겠단다. 병은 약으로 치료되더라도 아예 걸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냥 병도 약도 주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 영덕의 자연은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주민투표는 불법이 아니다. 주민의 의사를 직접 표시하는 방법이고, 그 결과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무런 효력이 없다면서 굳이 방해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행태 또한 모순(矛盾)된 행동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후손들에게 그릇된 자취를 남기지 말고, 후손들의 것은 후손들에게 맡기자!
주간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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